머물러봄's NOTE BOOK│#Insight_ 참조: 장수연, 터틀넥프레스,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 사랑받는 콘텐츠는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인터뷰로 생생하게 듣는 <스우파>, <D.P>, <그해 우리는> 등의 탄생 '썰'화 intro. 영상 콘텐츠 <스트릿 우먼 파이터>, <그해 우리는>, <D.P>, <뜨거운 싱어즈>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으시죠? 이 중에 재밌게 보셨을 콘텐츠가 하나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방영 당시 나름 화제가 됐던 작품들이니까요.대중에게 큰 사랑은 받는 콘텐츠는 과연 어떻게 기획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걸까요? 이런 질문을 계기로 인터뷰 팟캐스트를 진행한 라디오 PD님이 있습니다. MBC 라디오 PD 장수연 님께선 지난 2년 동안 무려 40여 명의 현업 PD.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죠. 그리고 그중 열 편의 에피소드가 책으로 엮였습니다. 책 제목은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이고요. 이 안에는 유튜브 채널, TV 예능, 드라마까지 다양한 콘텐츠 창작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인터뷰집이기에 생생한 대화 현장을 간접 체험하는 재미가 있죠. 각 인터뷰에는 콘텐츠의 출발 계기와 제작 과정, 창작 비하인드를 포함해 팀원들과의 협업, 리더로서의 역할 등 직업인들의 '진짜'이야기로 풍성한데요. 그들이 전해주신 여러 영감 가운데 이번 글에선 창작자들의 '경험'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연이어 들으며, '만들어내는 일'은 절대적으로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과연 사랑받는 콘텐츠 창작자들의 '어떤 경험'이 각각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지금부터 그 내용을 살펴보시죠. Secret. 1기획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나요? JTBC에서 방영된 <솔로 육아: 내가 키운다> 편 인터뷰에서 장수연 PD는 물었습니다. 예능 PD는 보통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어떻게 찾느냐고요. 김솔 PD: 경험하지 않은 것에서 밑도 끝도 없이 창의력이 나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경험에 기반해서 얻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편이에요.P.176 읽는 순간, '그렇지' 하며 밑줄을 휙- 그었어요. 역시 경험은 기획의 큰 토대가 되나 봅니다. 다른 PD 님들도 프로그램 기획 배경을 자기 '경험'에 기반해 이야기해 주셨거든요. ⓐ 경험이 작품의 소재가 되다- <D.P> 김보통 작가 작가 김보통의 작품 <아만자>와 <D.P 개의 날>은 모두 본인의 경험에 기반해 쓴 작품입니다. 자신은 특수한 경험을 한 덕에 이야기로 만들 수 있었다 말했지만, 인터뷰어 장수연 PD는 동의하지 않았어요. 작가님께서 경험을 이야기로 쓸 수 있던 건, 그 경험의 특수성과 별개로 '자기 경험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감수했기 때문일 거라 유추했죠. 작가 본인께서도 어릴 때부터 망상하는 시간이 많았다며 동조했고요. "이야기의 많은 부분을 자기 경험에서 가져왔다는 김보통 작가의 작품은 우리의 일상에서 크게 궤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울림을 준다. 하여, 그가 했다는 경험이 얼마나 드라마틱 했을지가 아니라, 그걸 오래 들여다본 시선이 어떤 온도였을지 상상하게 만든다."P. 208 '경험을 들여다보는 경험의 힘'에 관해선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경험이 작품을 제작하는 자세가 되다- <뜨거운 싱어즈> 신영광 PD 한편, 어떤 경험은 인생관을 바꾸고 그 가치가 창작물에 반영되기도 하더군요. JTBC에서 방영된 <뜨거운 씽어즈>의 신영광PD님께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해였습니다. 다행히 수술을 받고 치료했지만, '암'이라는 단어가 갖는 무게감 때문인지 적잖은 충격을 받으셨죠. 같은 해에 어릴 적부터 자신을 돌봐주신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합니다. 그에게 할머니는 세상 가장 중요한 존재였기 때문이죠. 이 시기를 기점으로 가치관이 달라집니다. 이전에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무엇보다 시청률이 잘 나오고, 재밌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PD가 되는 것이 중요했죠. 하지만 현재는 다른 가치를 좇고 있습니다. "그때 이후로는 삶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더라도 그냥 휘뚜루마뚜루 하기 싫더라고요. '시간의 유한함, 삶의 소중함, 이런 걸 좀 드러낼 수 있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P.243 이런 진중한 의도가 반영된 작품이 바로 <뜨거운 싱어즈>였고요.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많은 시청자가 매주 원로 배우(김영옥, 나문희 등)들의 노래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Secret. 2골똘히 관찰하거나, 찰나를 잡아채거나. ⓐ 자신의 경험을 골똘히 들여다보다.- <D.P> 김보통 작가 인터뷰어 장수연 PD는 김보통 작가와의 인터뷰를 코멘트하며 '경험'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합니다. 경험이란 그저 어느 순간의 사건, 체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체험을 관찰하고 주관적으로 해석하며 '형성'되는 무엇일지도 모르겠다고요. 흔하디흔한 삶의 에피소드여도 그 이야기를 펼쳐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각각 새로운 맛으로 변한다는 게 그 이유죠. 동감합니다. 결국 창작자에게 필요한 건 '특수한 경험'이 아니라, 모두가 겪는 일상의 상황에서도 특별한 이야깃거리를 발견하는 관찰력, 그 운석을 발견하기까지 자기 경험을 깊이 유영할 수 있는 몰입력이지 않을까요? 어쩌면 모든 창작자가 추구하는 게 이런 재미일 수도 있다. 세상에 다시없을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려는 욕심보다, 너도나도 겪어본 그곳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조각을 발견하기를 꿈꾼다.P. 208 ⓑ 찰나의 좋음(감정)을 붙잡아두다. - <그해, 우리는> 김윤진 감독 드라마 <그해, 우리는>의 시작과 제작 과정을 이야기하는 장에서 김윤진 감독은 이런 말을 합니다. 제가 살면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요. 스물한 살 때 신촌의 어느 길바닥에서 '아마도 내가 서른, 마은, 쉰이 되어도 돌이켜볼 때 가장 좋은 순간은 신촌 길바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지금 이 무렵의 어느 날일 것 같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때도 '이 생각을 지금 할 수 있는 게 너무 고마울 것 같아'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여전히 그래요.P.97 이 말을 들은 인터뷰어 장수연 PD는 '이런 드라마를 만드는 감독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았어요. '좋음을 알아볼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구나.' 인터뷰 현장에 함께 했던 강인 PD(인터뷰어2)는 "웅이의 감성이네요."라고 답했고요. 웅이라면 드라마 <그해, 우리는> 속 남주인공(최우식)인데요. 그러니까 찰나를 붙잡을 줄 아는 감독님의 감성이 청춘 드라마 캐릭터에도 한 스푼 영향을 주게 셈이죠.근사하지 않나요. 찰나의 기쁨을 잡아채는 힘, 그 순간의 감정을 붙잡아두는 힘이 훗날 '작품을 창작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요. 결국 잘 붙잡아두는 사람이, 잘 만드는 사람으로 거듭나나 봅니다. '좋은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 '지금이구나!' 깨닫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중략) 그럴듯한 성과를 손에 쥔 다음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청춘의 어느 날에 '지금의 좋음'을 깨달았다는 게 김윤진 감독의 특별한 면모로 느껴진다.P. 101 Secret. 3높은 밀도로 쌓아 올린 시간은 결국 빛을 보기 마련.- <스트릿 우먼 파이터> 2021년 여름,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Mnet에서 방송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인데요. 이 프로그램은 댄서를 '가수의 뒤에서 춤을 추는 사람'으로만 생각했던 대중들에게 '스트린 댄서 신'에 대해 알리며 춤 신드롬을 일으켰고, 엄청난 팬덤을 형성했습니다. 또한 그해 9월, 10월 간 비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TV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집계) 과연 <스우파>가 그토록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① 희열감일단, 자신이 걷고자 하는 길을 우직하게 나아가는 댄서들의 삶을 보며 시청자들은 큰 대리만족과 희열을 느꼈을 겁니다. 댄서들이 온몸으로 표출하는 굉장한 에너지에 매료됐던 거죠. ② 시선의 방향또한 '시선의 방향을 옮겼다는 점'도 새로운 재미였습니다. <스우파>는 댄서가 가수를 돋보이게 돕는 사람이 아닌, 댄서 자체로 돋보일 수 있는 장을 마련했고, 나아가 '춤'이란 관심사를 만들어냈죠. ③ 디깅 (집요하게 파다)그런데 사실, <스우파>를 기획한 최정남 PD는 이전부터 춤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줄곧 만들어왔습니다. <댄싱9>, <힛더 스테이지>, <썸바디>가 모두 최정남 PD의 이력이죠. 오랫동안 춤 프로그램을 해오면서 자연스레 댄서 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그렇게 차근히 쌓아온 데이터베이스와 PD로서의 경험치가 <스우파>를 통해 정점을 찍은 겁니다. 높은 밀도로 쌓아 올린 시간은 결국 빛을 보기 마련인가 봅니다. 자신이 경험한 것,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가지처럼 뻗어나간 것이 <스우파>의 기획 과정이었다. 한 우물을 파는 것만이 성공의 공식은 아니겠으나 무언가를 경험하고 깊이 알게 되는 데에는 역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P. 119 Cheer내 존엄을 지키며 묵묵히 해내기 이제 마지막 장이네요. 장수연 PD는 PD로서 살아가는 기쁨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언급하는데요. 비단 PD가 아니라도 자신이 창작물이 '비즈니스'로 성립돼야 일을 이어갈 수 있는 모든 창작자가 공감할 만한 내용이기에 이 포스트에 담게 됐습니다. 그에 따르면, 간혹 PD로서 괴로운 이유는 우리가 "노동자이기만 한 노동자가 아니라, 예술가이고 싶은 노동자이기 때문"이란 건데요. "우리 모두는 아름답고 완성도 있게 일을 해내고 싶은 마음, 상품보다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세상이 우리를 그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라는 거죠. 우리는 그 사이의 괴리감에서 고통받는 거라고. 하지만 그 괴로움은 '좋은 신호'이기도 하다 전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내 안의 예술가를 깨웠다가 잠재웠다 하며 적절히 다독이고 타협하는 동안에도, "내가 아직 창작자 예술가로서의 존엄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란 거죠. 이어 자기 안에 예술가를 포기하지 말라는 용기를 전합니다. 프로그램은 누구의 것인가.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은, 누구의 것인가. 직장인이면서 예술하고 앉아 있는 가련한 우리, 그 순간의 몰두와 성취는 오롯이 우리의 것임을 기억하자. PD는 동료들이 애써 스스로 죽이고 있는 예술가를 끄집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방송국도 PD도, 당신의 '예술적 순간'을 침범할 수 없다고 되새겨주어야 한다.P. 50 - 참고: 이 콘텐츠는 책 <기획하는 일, 만드는 일>을 참고했습니다. recommend book현업 PD 열 분이 들려주는우리가 사랑했던 콘텐츠 제작SSUL!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콘텐츠들에는과연 어떤 '한 끗' 있는지. 그 콘텐츠들은 어떻게 시작됐고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됐는지. 사랑받는 콘텐츠 제작자들은어떤 무기를 갖고 있는지 에 대한생생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텍스트를 통해 대화의 현장감을 만끽할 수 있다니,인터뷰집이 가진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 성장 북클럽!✈ 머물러봄 크로우 북클럽 함께하기https://meobom.oopy.io/